나의 감사합니다와 감사함

   

청산 김 덕 주

   

‘감사합니다!’

그것은 내 자아가 품고 있는 나의 이기심이다

그것은 나에게 이익 되어 돌아오는 것에 대한

나의 비굴함의 극치이다

 

그것의 힘은

나의 용기를 순식간에 잠재우며

나의 양심을 순식간에 도리질시키며

나의 윤리의식을 순식간에 무디게 한다

나의 순수함을 야금야금 불순함으로 오염시킨다

 

그것의 힘 앞에는

내가 아무리 깨끗하다 한들

내가 아무리 순수하다 한들

내가 아무리 용기 있다 한들

내가 아무리 정의롭다 한들

어느새 나는 두 손을 조아려 비열하고 비굴한 몸짓과 웃음으로

궁둥이를 있는 대로 뒤로 빼고는 연신 허리를 굽실거린다

그 위력에 더 친한 척 엉겨 붙어 순식간에 나를 넘겨버린다

 

이따금 한 걸음 물러서서 그 더러운 짓을 볼 수나 있다면

그래도 한결 ‘감사합니다!’이지만, 어느새 노예가 되어 버려

그 조차도 감각이 없음은 살아있어도 이미 죽은 목숨이다

그러나 그것도 감사할 뿐이다

 

이 잡다한 인생의 현실 속에서

나는 하루에도 수없이 이 ‘감사합니다!’를 연발한다

혹여 누구라도 나를 도와주지나 않을까 하는

한 가닥의 치사한 기대 속에서 지금도 나는

나를 한없이 낮춘다

참으로 ‘더러운 나의 감사합니다’이다

   

그러나 내가 아는 ‘감사함!’이 있다

 

이 감사함의 힘은 아주 부드럽고 미약하지만

내가 느끼는 그 순간, 내 자아를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그동안 어렵사리 쌓아온 내 체면 따윈 아랑곳없다

이 감사함은 뜨거움의 거센 파도와 같다

온몸의 핏줄이 곤두서며 형용할 수 없는

희열이 가득한 전율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사정없이 몸뚱이가 덜덜 떨린다

눈물, 콧물이 범벅되어 끝없이 쏟아져 내린다

전혀 일면식 없는 사람끼리도 손을 맞잡고 겅둥겅둥 뛴다

한없이 엉엉 운다

두 손을 높이 쳐들고 목놓아 ‘감사함!’을 소리친다

 

이 감사함의 힘은

나의 야비한 생각들을

나의 끝없는 탐욕들을

나의 경건하기 이를 데 없는 두꺼운 허식의 껍데기를

아주 통쾌하고 후련하게 순식간에 불태워 없앤다

이 감사함에는 그런 기적이 있다

 

이제 난, 나에게 주어진 남아있는 내 인생의 나날들을

제발… 이런 감사함으로만 살고 싶을 뿐이다

설령,

그것이 그닥 볼품없는 털털한 인생이 될지라도…

   

그런데 나의 가슴에는 또 다른 감사함이 날 지키고 있다

너무나도 소중하고 소중한, 온통 그리움으로 응어리진

‘어머니의 감사함’이 그것이다

 

이 감사함은

내가 후회할 때

내가 고독할 때

내가 외로울 때

그리하여 목 놓아 울고 싶을 때

언제고 나를 감싸주시고 위로해 주신다

 

이 감사함은

그 어떠한 불로도

그 어떠한 뜨거운 전율로도

그 어떠한 충만함의 포만감으로도

절대로…, 절대로 나의 가슴속에서 잠재울 수 없다

 

내가 살아있는 한!

 

참으로 소중하고 고마운 ‘나의 감사함’이다.